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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선도 국가들이 날로 치열해지는 혁신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 혁신 없이 단순히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국가 경쟁력과 양질의 일자리, 안정적 복지 체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이센의 군사 이론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고 설파했다. 주어와 술어를 바꾸면 ‘정치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의 연속이다.’ 여기에서 앞 구절의 다른 수단은 폭력이고, 뒤의 다른 수단은 언어 행위다. 정치는 ‘말로 하는 투쟁’이다.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하나일 수는 없지만, 민주주의에서 이 명제의 설득력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위기와 불확실성.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할 때 빈번하게 사용하는 키워드다. 팬데믹 상황에서 정치 갈등, 경제 양극화, 사회 분열의 위기가 겹치고, 인구절벽과 기후변화, 국제관계 불안정도 심각하다. 급변하는 외부 환경과 감소하는 진학 인구, 학습 방법의 변화, 대안 교육기관의 출현에 직면하여 독점적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은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진화할 것인가?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AI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전문직업 인력을 공급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국가와 사회의 관점에서 미래 인재상은 과학과 기술, 혁신을 기축으로 한 4차 산업혁명과 신산업의 역군으로 그려질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기반 조성의 문제는 국정과제에 담기지 않았다.
선거가 다가오면 음모가 기승을 부리고 선동이 판친다. 시민들은 후보자의 이름을 내걸고 몇몇 캠프로 갈라진다. 온 나라가 열병을 앓듯이 선거가 모든 일상을 삼켜버린다. 그러나 운명이 결정되면 한때 범람했던 강물이 잦아들듯이 폭풍 같은 열정이 조용히 흩어져 버린다.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도 비난과 대결이 극성이다. 국민통합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여야의 공약은 희미해졌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착잡함을 넘어 환멸감에 빠졌다. 국민은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 듯 난해한 과제의 요체를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정치를 갈망한다.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은 심각하다. 굴곡의 역사에 뿌리를 둔 반감의 골이 깊고, 공정을 둘러싼 계층과 세대 갈등은 증폭하고 있다. 통합을 강조하지만, 배제와 양극화의 경험이 현실이다. 서로를 인정하는 경쟁은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지만, 적대적 갈등은 모두를 파국에 이르게 한다.
“18년 후 내 딸은 대학에 갈까?” 미국의 교육 정책 전문가 케빈 캐리가 2015년 저서 『대학의 미래』에서 던진 질문이다. ‘우리가 알던 대학의 종말’은 예견된 미래인가. 연구, 실용 교육, 인문 교육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쫓으며, 재정과 조직 확장을 통해 19세기부터 유지돼온 통합형 대학 모델의 영광은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다.
유 학장은 "자율성 정도를 가늠하려면 외부 제재가 얼마나 심해졌는지 따지기보다는 자기 혁신이 가능해졌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 플랫폼을 캠퍼스 밖으로 더 확장하고, 조직을 쇄신해 서울대 스스로 자율성을 찾는 게 법인화 10년 이후의 과제"라고 말했다.
꼭 10년 전인 2011년 ‘국립 서울대학교’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로 바뀌었다. 자율성 확보와 재정 확충을 위해 법인 체제로 전환했다. 그동안 새로운 비전 제시, 창의·융합 교육의 내실화, 산학협력 기반 구축, 사회 공헌과 국제화 활동 확대, 거버넌스와 조직 개편 등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사회대 학장으로 취임한 유홍림 교수(정치외교학부)는 “법인화 이후 관료제적 경직성으로부터의 탈피, 학제적 교육의 내실화, 융복합 연구의 질적 향상, 효율적 거버넌스의 구축 등이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대학 혁신의 중요한 시기에 학장직을 수행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느린 민주주의'로 대변되는 토의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유홍림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지난 2일 서울대 내 연구실에서 머니투데이 더(the)300과 만나 "민주주의의 본질은 시민의 관심과 참여"라고 말했다. 그는 "토의정치를 통해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전제하고 토의정치로 대표되는 '느린 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체계 등을 통한 '빠른 민주주의'보다 오히려 효율 면에서도 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들끓는 '심층' 위에 단단한 '표층'이 있다. 이 표층-심층의 개념은 철학과 종교를 넘어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 적용 가능하다. 심층은 열망, 표층은 현실이다. 그리고 정치야말로 이 표층-심층 구도로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갈등과 불신의 정도가 심상치 않다. 각종 의혹사건과 여권(與圈) 내부의 불협화음이 불거지면서 정권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고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깊어간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 시스템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정책의 실효성과 지속성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상황 인식은 정치권보다 국민들 마음속에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교각살우(矯角殺牛), 본말(本末)의 뒤바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진단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교육의 목적을 망각한 채 학벌주의를 없애기 위해 대입제도 개편에 매달리는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학벌의 폐해는 과거 입시제도의 유산이 아니라 교육 과정의 실패와 사회의 비합리적 습속이 결합한 결과다. 문제의 뿌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